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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자형화

Black Bauhinia

말테 필립 케딩 – 영국, 홍콩 – 2019 – 72분 – 다큐멘터리 – 광둥어, 영어, 독일어 –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영상

 

 

작품 줄거리

검은 자형화 깃발은 2014년의 우산 혁명부터 몽콕 시위, 2019년의 민주화 시위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의 민주주의가 점점 죽어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영화 속 에드워드와 레이는 입법회 선거에 출마하여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그들의 문화와 전통,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중국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홍콩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구속되어 6년형을 선고받고 레이는 독일에서 난민으로 살아간다. 무엇이 그들을 홍콩 땅에서 떠나게 했는가?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뀨뀨

 

프로그램 노트

홍콩인에게는 이제 두 가지 선택지만이 있다. 홍콩에 남아서 그들의 자유와 정체성을 빼앗기거나 홍콩을 떠나는 것이다. 현재 중국 공산당 정부는 홍콩 땅에서 자신들의 ‘중국몽’을 실현하고자 한다. 중국 정부는 선거, 입법, 경제할 것 없이 모든 방면에서 홍콩의 정체성을 빼앗아가고 있으며 그것에 대항하는 자는 홍콩을 떠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도 홍콩인들을 홍콩에서 밀어낼 수 없으며, 홍콩인들의 자유와 정체성은 홍콩의 땅 위에서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홍콩은 동남아시아, 중동, 영국, 미국, 일본, 홍콩 등 다양한 전통이 융합된 다문화 사회이다. 다양한 민족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홍콩에 정착하여 홍콩의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홍콩에 중국 이민자들을 이주시키고 광둥어 대신 보통화 주입을 시도하는 등 홍콩을 ‘하나의 중국’으로 포섭하고자 한다. 홍콩인들은 그것에 맞서서 자신들의 언어, 문화, 전통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야시장에서 지역 축제를 개최하고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무력으로 진압하는 경찰들에게 저항한다.

홍콩의 민주주의는 이러한 역사적 의식과 지역주의에서 발현하며, 이로써 홍콩은 존재한다. 지금 이를 지켜내지 않는다면 홍콩은 사라진다는 것을 홍콩 시민들은 알고 있다. 다른 무엇이 이들을 홍콩인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이들은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기에, 자신들의 홍콩을 지키기 위해 분노할 수밖에 없다. 홍콩 시민들의 투쟁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것이다. 홍콩을 상징하는 자형화는 홍콩의 민주주의가 지워짐에 따라 어둠 속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의 쟁취 속에서 자형화는 다시금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인권해설

내가 나일 수 있는 권리 – 2047년에도 홍콩은 홍콩일 수 있을까?

“光復香港時代革命광복홍콩시대혁명”. 홍콩 민주화운동에서 외치는 구호는 일본제국의 식민지배에 맞섰던 독립운동을 상기시킨다. 이 구호는 홍콩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자유 홍콩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홍콩 땅의 상업지구 개발과 중국 본토에서의 관광객 증가로 인해 홍콩인들이 겪었던 박탈감에서 등장했고, 2019년 송환법 반대투쟁에서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저항의 구호로 채택되었다.

아편전쟁 이후 영국의 식민 지배에 놓였다가 1997년 중국 반환을 경험한 홍콩인들이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정의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의 독재 체제와 획일화된 국민교육, 관광업을 통한 경제적 종속에 반대하고 민주적 참정권을 요청하지만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홍콩인들에게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 그 정체성을 훼손당하지 않는 것은 매우 절박한 사안이다.

국가폭력과 통제가 강해질수록 ‘홍콩 지역주의’ 또는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가적 탄압은 보다 강화되고 있다. 올해 7월 홍콩보안법 발효 후 ‘광복홍콩’이라는 손피켓을 든 시위군중들이 ‘국가 분열’을 주장한다는 명목으로 체포되기도 한다.

영화 속 홍콩의 젊은 운동가들은 ‘지역주의(로컬리즘)’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이 사는 땅에 뿌리내리고자 하는 것,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위해 연대하면서 지역 사람들의 생계, 자치권, 이익, 공적 자원에 대한 권리를 말하는 것.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들의 주장은 ‘반중’, ‘분열주의’, ‘독립분자’라고 규정되는 순간 불법적인 존재가 된다. 그렇게 그들은 정치적인 권리를 박탈당하고, 감옥에 갇히거나 정치적 망명을 떠나게 된다.

‘인권’에 대한 국제규범은 이들의 고난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리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인종차별, 대량학살, 착취와 야만과 폭력으로 얼룩졌던 양차대전이 종식된 후 다시는 이러한 참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다. 이 선언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 기본적 인권 보장 원칙을 확인한다. 이는 ‘인간이 폭정과 탄압에 맞서 최후의 수단으로써 폭력적 저항에 의존해야 할 지경에까지 몰리지 않게’ 하기 위해, 모든 유엔 회원국 인민들과 회원국의 법적 관할 하에 있는 영토의 인민들에게 적용된다. 1971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던 미국과 공산권 국가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을 축출하고 유엔에 가입 승인이 되어 중국대표권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중국 역시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 1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제 18조부터 21조는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그리고 참정권, 공무담임권, 인민주권의 원칙을 말하며, 28조는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사회체제 및 국제체제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명시한다.

이 선언에 따르면 자신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를 요청하는 홍콩시민들의 투쟁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 행사이나, 홍콩과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폭도’ 규정으로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고, 마스크금지법,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탄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홍콩의 시민들은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경찰 폭력, 백색테러와 함께 체제에 비판적인 구성원의 정치적인 권리를 박탈하는 제도적 폭력, 그리고 벌금형을 선고하고 자금을 동결시키는 등의 경제적 압박에 내몰려 있으며, 홍콩에서는 경찰폭력에 대한 수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영화 속 ‘홍콩민족당’이 불법화되는 장면을 보며 나는 2014년 12월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최초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사건이 떠올랐다. 이는 조작과 거래로 얼룩진 정치적 탄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권력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관련 인물들의 인권은 구제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 속에서 ‘빨갱이’ 딱지가 사람들을 어떻게 낙인찍고 배제해왔는지, 국가폭력의 트라우마가 지금까지도 어떤 상흔을 남기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가로부터 ‘적’으로 규정된 이들의 삶은 감시, 통제, 배제 속에 놓이게 된다. 역사적 재조명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제주 4.3사건,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 국가폭력 희생자들과 사회적 트라우마는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온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홍콩인들은 말한다. ‘홍콩의 오늘은 세계의 미래다’.

중국정부는 ‘내정간섭’이라는 논리로 전 세계로부터의 연대를 묵살하고 위축시키고자 하며, 중국발 자본은 발언권을 통제한다.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연예인들의 발언은 이들이 놓인 정치적 맥락과 함께, 저항하는 군중에 대한 국가폭력이 질서와 통합이라는 논리로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보여준다. 국제 패권 경쟁의 논리와 국가의 적이라는 규정, ‘질서를 위협하는 자’들에 대한 배제 속에서 혼란스러운 우리가 꿋꿋이 가야 할 길을 확인시켜주는 것은 ‘인권’이라는 지침일 것이다. 정권 퇴진시위에 나간 시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사망해도 이 살상무기를 완전히 사용금지하지 않고, 도리어 해외에 시위진압 용도로 수출 허가를 내주는 한국에 사는 시민으로서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 윤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 이것은 세계의 미래를 좀 더 낫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로컬리즘은 우리의 삶이 거대한 힘으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리고 뿌리 뽑히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로컬의 목소리가 기억되고 계속되도록 하는 과정 속에 우리가 함께 살고 싶은 미래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상현(한홍 민주동행)

홍콩은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된 2020년, TV에서는 해외여행이 자유롭던 시절의 여행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있다. 홍콩은 TV 여행 프로그램의 인기 도시였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먹거리에 가까운 위치와 편리한 교통 등, 홍콩은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여행지였다. 반복적으로 홍콩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홍콩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홍콩은 더 이상 TV 속에 있는 자유롭고 활기찬 도시가 아니다.

2019년부터 홍콩은 관광과 무역의 도시에서 억압과 저항의 도시로 바뀌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익숙했던 거리는 최루탄 연기로 가득 찼다. 그 최루탄 연기마저도 2020년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홍콩 정부 그리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했다면 홍콩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무차별 적용되는 국가보안법 때문이라도, 홍콩 시위에 연대했던 이들은 더 이상 홍콩을 방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념과 세대를 뛰어넘는 지지였다. 소위 586세대들은 민주화운동 경험을 떠올렸고, X세대는 10대 시절에 좋아했던 홍콩 영화들과 1996년 연대 항쟁(혹은 사태)을 떠올렸다. 밀레니얼 세대는 촛불혁명을 투영했다. 심지어 노인세대는 중국의 억압에 반대하는 홍콩시위를 보며 반공의 추억을 소환했다. 조금이라도 홍콩시위에 관심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각자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홍콩시위를 바라보고 지지했다. 실제로 한국 시민들은 대학가와 거리에서 할 수 있는 연대 활동은 다 전개했다. 그러나 그 뜨거웠던 연대의 열기는 국회와 정부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홍콩의 저항은 중국을 향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에게 매우 특별한 국가이다. 한반도 분단체제의 한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삶 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대학들은 중국 유학생들이 없으면 운영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많은 한국기업들은 중국 수출로 코로나 19 상황에서 버텨내고 있다. 홍콩의 저항이 한국인들의 추억과 양심을 자극하더라도 현실이라는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

결국 홍콩은 중국으로의 주권반환을 앞두고 암울했던 상황을 그린 영화 <중경삼림>의 시절로 돌아갔다. 아니 이미 예정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주권이 주어지지 않은 한 도시의 운명은 700만 거주시민의 1/3이 넘는 시민이 거리로 나와도, 2019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민주세력에게 보낸 압도적인 지지에도 바뀔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홍콩을 응시해야 한다. 이 영화들이 보여주는 홍콩의 풍경은 결국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연대할지는 계속해서 한국사회에 큰 물음을 던질 것이고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쉽게 찾을 수 없는 답을 계속 고민하면서 친숙했던 도시에 가해지는 억압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고민하는 한국인들이 짊어져야 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나현필(국제민주연대)

 

감독

말테 필립 케딩 감독 사진

말테 필립 케딩 Malte Philipp Kaeding

영국 써리 대학교 정치학부에서 국제 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번역 세정(서울인권영화제)

 

장애인접근권 연출 권태(서울인권영화제) 해랑, 태환, 진영(한국농인LGBT)

한국수어통역 진영(한국농인LGBT)

자막해설 고운, 채영(서울인권영화제)

자막 고운, 성령(서울인권영화제)

 

상영 일정

본 상영 11/22 10:00 ~ 11/23 10:00
앙코르 상영 12/1 10:00 ~ 12/6 10:00

 

라이브토크 – 관객과의 대화

12/1 20:00 서울인권영화제 유튜브 채널

스틸컷

댓글

  • 2020년 11월 23일
    익명

    일제강점기 때의 한국의 독립운동을 떠올리게 한 영화.
    언젠가 홍콩이 반드시 독립하여 이 때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자랑스럽게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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